K에게.
살면서 우리가 쓰게 될 편지는 몇 통이나 될까?
자다 깨서도 카톡, DM 하나 남겨둘 수 있는 우리 시대에는 평생 쓸 편지 갯수를 정말 다 셀 수 도 있을 것 같아.
손편지를 쓰는 것 처럼 '굳이' 하는 일들은 다른 효율적인 일들보단 더 마음을 필요로 하는 일이니까
편지를 쓰는 일도, 받는 일도 좋더라구.
물욕은 없는 편인데 마음에 대한 욕심은 좀 있는 것 같아.
그렇지만도 않은가? 호감을 사는 일은 좋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여느날과 다르지 않은 양가적인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어.
벌써 스물 아홉이나 먹었는데 그동안 무슨 일을 했나 생각해보면 많은 일이 있었던거 같다가도 아무일도 없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새로 해 본 일의 밀도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덜 빽빽하게 살아서 그런지 그 허술한 갈피들이 더 소중하기도 하고.
작년을 되돌아봤을때 가장 떠오르는 일은 함께 간 제주도 여행이야.
기억에는 두서가 없어서 다시 봄이 돌아오면 그게 또 엊그제 일처럼 느껴질 것 같아.
날이 풀리니까 그 때 썼던 향수를 뿌렸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더라.
방향성, 목표를 생각하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엔 큰 차이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일을 그렇게 선호하진 않아. 사는 일은 항상 예상을 벗어나니까. 너는 어때? 네가 생각하는 미래에 우리가 있을지 궁금하다.
나는 띄엄띄엄 보면 다시 낯을 풀어야 하는 사람인데 너랑은 뭔가 오랜만에 둘이 봐도, 할 일 없이 카페에 앉아있어도, 그 사이에 대화가 돌지 않아도 불편하지가 않을 것 같아
하루의 반을 함께 보내는게 익숙하던 시절에서 두 달에 한 번 보는 일도 시간을 내야하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마워. 아쉽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아주 먼 미래에 신년 인사만 하는 사이가 되어도, 각자의 삶이 바빠지고 서로 새삼 낯설게 느껴져서 만남을 나중 일로 미루게 되어도.
선택의 연속인 삶에서 그 고등학교에 지원하고, 뜬금없이 그런 과를 골랐던건 사실 너희를 만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앞으로도 굳이 쓰는 손편지의 수신인이 되어준다면 좋겠어. 항상 행복하길 바라 정말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2024.02.02 # Ever yours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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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오늘의 짧은 일기
학원 파트타임 근무를 마치고 다이소에 들러서 고양이 건식사료와 습식사료 두 개를 샀다.
건식사료 급여 설명서를 읽어보다가 이제껏 밥을 너무 많이 주고 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먹을 햇반과 3분 낙지도 샀는데
집에 차단기가 떨어져서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우리집..
그래서 고민하다가 새로 생긴 닭강정 집에서
닭강정을 도전!
눈 쌓인 겨울밤 양손에 먹을거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좋았다.
집에 기다리는 누군가 있다는건 좋은 일이구나
닭강정 박스를 열었는데 11조각에 만원은 좀 너무하지 않나...물가가 많이 오르긴 올랐나보다..
하지만 맛있었다! 두번은 안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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