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런적 있잖아.
어떤 한 순간,
어떤 한 사람이 준 삶의 기쁨이 너무 커서
그 뒤로는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떠날 수 없는거 말야.'
-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 中 -
J에게
안녕 J야 :D 날씨가 많이 추워졌지. 이런 날씨에는 역시 붕어빵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
길거리를 걷다가 붕어빵을 마주치면 한번씩 사먹고 있어!
어릴땐 천원이면 8마리를 사먹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세마리에 천원정도 하더라?
중학교 3학년때 다니던 피아노 학원 앞에 7마리를 천원에 파는 붕어빵 가게가 있어서 자주 사먹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때도 추운 계절이었구나.
추운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추운 날에 좋은 기억이 많아서 겨울이 좋아.
요즘은 붕어빵도 종류가 많더라구. 나는 그래도 팥이 가장 좋더라.
이렇게 말하면 입맛이 할머니 같다고 놀림받곤 하는데 팥의 즐거움을 모르는 자들이 안타까울 뿐이야.ㅎㅎ
아 참. 피아노 배우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클래식에 관심이 생겼다니 기쁘다.
연주하기 전에 곡에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니까 좋아하는 곡 몇개 추천할게.
1.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op27-2 No.3 (moonlight)
나는 3악장을 가장 좋아해.
https://youtu.be/CEb8brQHcGk?si=jf3nDl-2uEtdJ0JK
2. 쇼팽 환상즉흥곡 op.66 In C charp Minor
Arthur Rubinstein 의 연주와 2년전 쇼팽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인 조성진 피아니스트 영상을 추천할게.
쇼팽 에뛰드도 좋은데 유명한 곡들이라 아마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을거야.
https://youtu.be/twIQYQgPzaE?si=OdIwmsqr9UXms71f
3.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마단조 1악장 (op.11)
https://youtu.be/614oSsDS734?si=Wj_6QWuKWdWoicbJ
4.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op.23 No.1)
https://youtu.be/YXL0dkG-Qro?si=3X6C35EQ1wKm1LVw
마지막으로 추천한 곡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에 대해서는 소설같은 이야기도 전해 내려오는데
'메크부인'이라는 사람과의 이야기야.
아직 유명하지 않았던 젊은 예술가인 차이코프스키를 알아본 메크 부인이 정기적인 후원을 해주고 주고받은 편지가 몇백통에 달했는데 우연히 스쳐지나간것 외에 한번도 둘은 만난 적이 없었대.
오랜 시간이 지나 차이코프스키가 자리를 잡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었을쯤 후원과 편지가 끊겼는데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더라! 여기에는 많은 가설이 있었는데, 차이코프스키는 후원은 괜찮으니 편지만이라도 주고 받자고 했지만 메크부인에게서는 답이 없었고 차이코프스키는 큰 상실감을 느끼고 죽는 순간까지 정신적 평화를 되찾지 못했다고 해.
나중에 차이코프스키의 사망소식을 들은 메크부인은 충격과 질병으로 3개월 후에 사망했대.
그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어떤 심리였을까. 그게 무슨 관계였을까를 고민해봤어. 궁금하다 그치?
얼마전에 다녀온 '그대 나의 뮤즈' 전시에서도 그렇고 그 시대 사람들은 편지를 정말 많이 주고 받았더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또 받기까지 기다리는 시간들이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었을것 같아.
고흐는 동생인 테오에게 편지를 자주했는데 편지의 말미에 항상 'Ever yours.'라는 문구를 사용했대.
'언제나 너의 친구' 라는 뜻인데 참 예쁜 말인 것 같아. 직역하자면 '언제나 당신의.' 정도가 될까?
곡 추천 하다 잠깐 다른 길로 샜네.
위의 곡 외에도 쇼팽 에뛰드 12번 혁명, 쇼팽 폴로네이즈 op.53 영웅, 드뷔시 아라베스크와 달빛도 관심이 생긴다면 들어보길 바라.
어릴땐 작곡도 해보고 싶었는데 참 욕심이 많았지. 나도 다 내려놓고 전공이랑 그림에만 좀 더 집중해봐야겠다.
약간 TMI인데 우리집 피아노 나랑 동갑이야. 뭔가 근사한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데 3년째 지어주지 못했어. 8ㅅ8
방학도 정말 얼마 안남았다. 이번엔 처음으로 3월 개강이야. 하지만 그만큼 종강이 늦겠지? 수강신청 꼭 성공하고 싶다.
미술동아리도 다시 들어갈까 고민중이고, 시간표랑 연구실도 고민중이고. 이제 3학년이라 뭔가 고민이 많아.
최근에 힘든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 무슨 일로 힘들었을까.
말해달라고 하는건 내 욕심인 것 같아서 언젠가 말하고 싶은 기분이 들면 그때 말해줘.
가끔은 그냥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기도 하잖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도 힘든 순간에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아. 사실 가끔은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나 먼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는게 요즘의 생각이야. 너무 이상적이고 어려운거 같긴 한데...사실 잘 안돼ㅠㅠ
나는 아직 멀었지만 J는 이미 좋은 사람이니까!
얼마 전에 마신 버블티 컵홀더에 이런 멘트가 써있었어.
'안 생길 것 같죠? 생겨요. 좋은일:D'
알겠지? 그럼 다음에 또 편지할게.
2018.02.08 (목) a.m.12:34 # Ever yours 25
'먼지의 일상 >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지] 살면서 우리가 쓰게 될 편지는 몇 통이나 될까 (4) | 2024.11.28 |
---|